찌질남과 된장녀의 주말 데이트 1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에서)|
부에노스는 서울처럼 크지 않다.
하지만 거의 매일 각종 유.무료 공연과 전시장들이 도시 곳곳에 펼쳐져 있다.
그리고 주변에 휴양지와 위락시설 많아서 10년을 살았는데도 지루하지가 않다.
이곳 한인들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이민살이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주말이면 집에서 쉬다가 저녁무렵 외식하러 한인식당에 가는게 고작이다.
물론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주중이든 언제든 원할 때 골프와 여행을 다니기도 하지만
그런 부류는 극히 일부분의 교민들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부자들 약간과
운동과 레포츠와 만남을 즐기는 일부와
사업상 함께 어울려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주제 파악이 잘 안되는 극히 일부...
결국 3만명 교민중에
아무리 넉넉히 잡아도 1000명도 안되는 사람들만이
부에노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 같다.
물론 젊은 사람들은 나름의 모임으로 주말을 즐겁게 보낸다.
하지만 그들도 일요일은 대개가 교회에 성당등으로 반납한다..
그런데...
여기에 그들과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이 있다.
그렇게 궁색한 형편이 아님에도
주말이면 한인촌에서 그냥 외식하며 시간 보내는 것이 아까워
좀 더 경제적이고 즐겁운 하루를 보내려 하는 남녀가 있다.
부에노스는 시내 버스 요금이 참 싸다.
같은 동네는 1페소 10센따보.. 한화로 약 330원 정도...
조금 더 멀리 가서 같은 구역까지는 1페소 20센타보.. 한화 360원정도..
그리고 그냥 그외의 시내 어디 까지 가든 1페소 25센타보... 한화 약 380원 정도..
이렇게 3가지 구조를 가진 승차요금이 있다.
내가 말하려는 그 남자는 한국사람들은 잘 타지도 않는
시내버스를 타면서 요금을 15센타보(약 80원정도) 아끼려고
대여섯정류장 정도는 보통 걷는다.
시내를 가는데 전철은 1페소 10센타보..
버스는 1페소 25센타보..
그의 집에서 전철역이 제법 멀다.
1.5 킬로 정도 되는 곳을 걸어가서 전철을 탄다..
물론 시간이 없으면 그냥 버스를 타겠지만...
동전 몇닢 아끼기 위해서 걷는 날이 많다.
전철표 사는 창구앞에는 항상 거지가 있다.
거스름돈 받은 사람에게 동정을 구하기 위해서다.
그는 90센타보의 거스름돈을 받아서 거지에게 모두 주는 날이 많다.
혹시 동전이 필요한 날은 애써 거지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빠쁜척 하고 지나치기도 하지만 그런날은 하루종일 마음이 무겁다.
간혹 그는 거스름 동전 한닢 가지고 곧잘 매표원과 싱갱이를 할때가 있다.
매표원들이 바쁜 척, 실수한 척, 한 두개를 안 주는 날이 있다.
일반 사람들은 보통 아주 작은 돈이기에 그냥 무심히 지나친다.
그런데 그는 아니다. 꼭 줬니 안줬니 싸워가며 받아내고야 만다.
그럴때 마다 그의 일행들은 창피해서 그와 멀리 떨어져 있다.
그의 가족은 모두 그가 쫀쫀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흔히 말하는 찌질남이다.
그의 짝꿍녀는 우아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녀는 찌질남의 많이 걷고 고생스런 데이트에 불만이 없다.
아르헨티나 최고 부자들만 사는 동네..
그들이 타고 노는 요트..
모두 걸어 다니면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싸구려지만 실속 있는 음식점으로 가서 저녁을 먹을 때면
찌질남의 결정을 칭찬한다.
하지만 가끔은 턱도 없이 비싼 음식점도 가줘야 뒤탈이 없다.
부자들과 섞여서 커피를 마시고
그들이 아우디를 타고 불과 몇블럭 옆의 별장으로 들어갈때
찌질남과 된장녀는 우아하게 산책을 한다.
버스나 기차역을 향해 한참을 산책한다.^^
너무 많이 걸어 샌들끈에 뒤꿈치가 까진 날도 있엇다.
그럴때는 택시라도 잡으면 좋겟건만...
그냥 남자 양말 벗어서 신켜주면 오케이다.
그래서 찌질남은 자기 짝을 된장녀라 생각한다..^^
자 .. 서론이 너무 길다..
지난주 그들의 데이트 코스를 소개 하겠다...(산이시드로 요트 클럽)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1.25 * 2명 = 2.50 페소)
레띠로에서 띠그레행 기차를 타고 산 이시드로 역까지 간다. (1.20 * 2명 = 2.40 페소)
이렇게 생긴 기차다.
기차안에는 참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다.
자전거를 싣는 칸이나 혹은 일반객차의 중간쯤에는 꼭 이런것이 있다.
이것이 무엇일까? 답은 이글 마지막에 나온다..ㅋㅋ
기차에 앉아 차창 밖을 보니 Palermo 지역을 지나고 있다.
기차길 옆 경마장에 오늘은 경기가 없는 모양이다.
언젠가 경주마 들과 함께 기차가 달린적도 있었는데...
잠시후 산이시드로 역에서 내렸다.
부자들만 사는 부에노스의 위성도시이다.
도심에 예쁜 공원이 있었는데 마침 야시장이 열리려고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들은 그냥 강변을 향해 동쪽으로 엄청 걸었다..
다리에 피곤이 몰려올 무렵 또 다른 산 이시드로 역을 만났다.
부에노스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라쁠라따 강변을 따라 별장촌을 다니는 위성도시간의 관광기차이다..
물론 레띠로 역에서 미뜨레 역까지 일반 기차를 타고 온후
마이뿌라는 이름의 역사에서 이 기차를 타면 산이시드로는 물론 띠그레 까지 갈 수있다.
관광 기차(1인당 외국인 12페소 내국인 7페소)역에서 바로 이기차를 만났을때
찌질남은 그녀로 부터 약간의 핀잔을 들었다.
이거 타고 왔으면 다리 아프지도 않았을 텐데..라고...
산 이시드로역은 관광기차가 운행하는 역이니 역사내에 극장과 식당, 커피숖, 상가등 다양한 편의 시설이 있다.
기차를 타고 가다 내려서 마음껏 즐기고 다시 다음기차를 타고 또다른 역으로 떠나면 된다.
요금은 편도가 12페소 이고 왕복이 24페소이지만 (외국인 기준) 하루종일 마음껏 타고 다닐 수 있다.
몇번이고 왕복가능하고 어느 역이든 내렸다가 다음 기차를 타도 된다는 이야기이다.
산이시드로 역사 구경을 마치고 계속해서 강변으로 더 걸었다.
약 1킬로 미터 정도 더 걸으니 어마어마하게 많은 요트가 정박해 있는 강이 보인다.
참 오래된 요트 클럽이다.
강변의 경치 좋은 곳은 모두 클럽들이 울타리를 쳐놓고 회원만 출입시킨다.
강변과 요트클럽주변의 경치들을 구경하고..
친한 척 산책 나온 사람들과 말도 섞다보니 날이 벌써 저문다.
물어물어 168번 버스를 타고 벨그라노 지역 중국촌 입구에서 하차..(1.25 * 2명 = 2.50페소)
다시 5블럭 정도 더 걸어서 중국촌 도착..
야채와 해물넣고 쌀국수를 볶은 요리 한접시.. 양이 제법 많다.. (한접시 22페소)
매운 고추소스 넣어서 먹으면 죽인다..
한국의 팔보채와 해삼탕 비슷한 요리 하나더... (한접시 38페소)
그리고 구수한 흑맥주 1리터.. 14페소
음식이 둘이 먹기에 딱이다..
맛있게 먹고 다시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집으로... (1.25 * 2명) 2.50 페소 * 2번 = 5페소
시간이 좀 남으면 밤늦게 까지 문열어 놓은 카페테리아에 들러서
맥주한잔 더하고 가고 싶지만 어느덧 시간이 11시가 다 되었으니 그냥 집으로...
오늘 행사 비용 찌질하게 계산 한번 해본다... 86.40 페소...
거지한테 준 동전 합쳐도 90페소도 안썼다...
그냥 시내에서 밥먹었으면 한인촌은 125페소..소주 한병 포함ㅋㅋ
마데로 식당가는 약 300페소..
오후 내내 데이트도 잘하고 눈도 많이 고급스러워졌고...
그런데도 100페소도 못 썼으니 오늘도 무쟈게 돈 번것 같다..ㅋㅋ
집앞에서 찌질남은 짝궁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다음주에는 대통령이 사는 올리보스라는 동네에 가서 요트 태워줄께...^^"
아래 사진은 첫번째 사진.. 열차안의 특이한 구조물의 대한 설명이다..^^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좀 더 확실한 이용 방법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날 찍은 사진 한장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