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nabe 2006. 8. 30. 02:43

얼마전 부터 목 앞쪽에 깨알만한 돌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남방셔츠를 입고 윗 단추를 채우면 바로 단추위에 보일듯 말듯...

 

피부가 늙어 가니 점도 많아지고 사마귀 같은게 생기나 보다.

 

항상 거울을 볼때마다 신경쓰이는 녀석...

 

얼마전 면도하다 목 밑에까지 난 솜털을 제거하려다 녀석을 건드렸다.

녀석은 빨깐피를 철철 흘리며 아파하더군..

 

마침 이기회에 잘라져 버린것 같아 내심 쾌재를 불렀다.

 

며칠후..

 

상처가 아물고 딱지가 떨어진 자리에

전에 보다 조금 커진 녀석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젠 쌀알만한 크기로 자라가지고..

 

아... 신경질나...

 

녀석과 매일 쥐어뜯고 할퀴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제 저녁 전철을 타고 오는데

앞자리에 꼬마 아가씨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아마 동양인이라서 자꾸 쳐다본 것이고

내가 한 인물하니까 맘에 들어서 그런게지...^^

 

5살쯤 되어 보이는 아가씨가

자꾸 눈도 맞추고 아는 척을 하는것 같기에

주머니를 뒤적거려 껌을 하나 줬다.

 

엄마 품에 안겼던 아이가

미소를 머금고 내 품으로 건너온다..

 

그라시아..

 

그정도 말을 할줄 알고

미소로 그녀를 안았다.

인형같이 예쁜 서양아이는 내 품에 안겨서

내 얼굴밑으로 손을 옮긴다.

 

께에스 에스또?

 

내 목에 달린 아주 작은 사마귀를 손가락으로 만지며 묻는다.

 

애 엄마는 그대서야 내 목을 힐끔 쳐다보고 웃는다..

그옆에 앉은 학생도...

 

앞에 서있던 금발머리 찌까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리는 것을 생각하며

얼른 딴 청을 피우며 아기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해봤다.

 

그러나 녀석 집요하게 묻는다..

 

께에스?

 

근데 큰일이다..

 

사마귀가 스페인어로 뭔지 모르겠다..

 

얼른 대답해주고 주변의 눈길을 돌리고 싶었늗데...ㅠ.ㅠ

 

아이가 내가 대답을 안해주니깐

더 큰소리로 외친다.

 

께에스 에스또?

 

아이구.. 미치겠다..

 

아이 엄마가 기겁을 해서 아이를 안아 간다.

 

하지만 아이는 지 엄마 한테 생떼를 쓰며 내게 오려한다.

 

이거 어쩌지...?

 

사람들은 모두 나를 쳐다보고..

 

쌀알 만한 사마귀 하나 땜시

전철안의 많은 시선을 받다니...

 

대략난감...

 

아이 엄마가 뭐라고 갈켜주는것 같다.

 

베르..루가..

 

그제서야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내게 묻는다..

 

베르루가?

 

난.. 무지 쪽 팔리며 고개를 끄떡였다.

아이는 다시 묻는다..

 

에스 베르루가?

 

녀석 발음도 무척 똑독하게 큰소리로 묻는다..

베르루가가 뭔지 모르지만 아마 사마귀 인것 같다...

 

사람들이 다시 날 쳐다본다..

 

오냐.. 맞다 베르루가 .. 사마귀다 어쩔래?

 

나두 급기야 열 받아서 한국말 섞어서 외쳤다..

제법 큰소리로...

 

사람들이 모두 웃는다..

 

첨엔 한두사람이 피식 피식 미소를 머금더니

나중에는 모두 대 놓고 웃는다..

 

쌀알 만한 사마귀 달린거

전철에 탄 사람 모두에게 알렸다..

 

어휴~ 정말 쪽팔리는 하루였다..

 

집에 와서 기억을 더듬어 사전을 찾아 봤다.

 

verruga..

 

사마귀... 아마도 영원히 이단어는 잊지 않을 것 같다. ㅋㅋ